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1층 건물 한켠이 뭔지 느낌이 이상하다싶어
바라보았더니 공중전화 있던 자리였다. 전화기는 안보이고
주변 벽이 몇번 씩 페인트칠이 발라진 대신 전화기가 있던 자리는
예전 벽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벽면에 몇군데 커다란 못자국을 선명히 남기고
전화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고 우울해졌다. 이 곳 직장에 첫 발을 들여서부터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들과 그리고, 지금의 내 아내와 숱한 사연들을
주고 받고 슬픔과 기픔을 나누었던 곳이 그 공중전화 였다.
동전식에서 카드식으로 진화를 하다가 휴대폰이 생기고나서부터
송수화기는 좀체로 들려지는 일이 없어졌다. 먼지가 쌓이고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존재로 어느덧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희노애락을 가장 가까이에서 찰라의 순간으로 함께하고,
연인들의 작은 심장소리도, 은밀한 사랑의 속삭임도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지켜봤으리라. 때로는 가장 비밀스러운 고백도 사제의 고해성사처럼
억누르며 지켜냈으리라. 예전엔 은밀한 제3자에서, 핸드폰이 생기면서
이제는 정보가 단절된 완전한 제3자로 낙오된 생의 비애감에 얼마나
외롭고 버거운 삶을 어떻게 지켜왔던 것일까.
타인의 손길에 분리되고 제거되는 억센 느낌이 고맙지는 않았을까?
다행스러웠을까?
수 일이 지나면 그 벽면은 주변의 페인트 색으로 아무렇지 않게 은폐될 것이고
지난 기억을 가진 사람 몇이서 몇번의 눈길을 주다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기억의 저편으로 옮겨지고 지워지리라.
나는 너의 노고를 기리며 네 작은 편린 떼내어 이 곳에 작은 비문을 남긴다.
'여기 인류의 크고 깊은 상담자가 잠들다'
* 연애시절 제 처와 많이 조잘거렸던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전화카드가 없었을 적엔 동전 수북히 호주머니에 담아선
탕진하고 오는게 총각때의 낙이었지요 ^^*
그 덕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아내를 훔쳤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