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 단상 * 5월의 하늘아래를 차로 출근했다. 4월이 저지르고 지나간 황홀한 향기가 드믄드믄 들에 묻어있다. 길 옆에 무더기씩 자리한 유채화가 가을의 코스모스처럼 하느작거리며 5월을 반기고 있다. 밭에는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민 보리가 처녀처럼 서 있다. 보리가 이처럼 아름다운 적은 없다. 겨울, 그 차거운 고통을 견뎌내고 어제 모습을 모르도록 하늘로 하늘로 자란다. 지난 겨울의 고독이 힘들어 저처럼 하늘로 하늘로 자라고 있는 걸까? 먼저번에 비가 많이오며 바람이 세찰 때 군데 군데 넘어진 보리를 보며 너무 위를 보며 가지 말자고 부탁한다. 보리밭 곁에 자리잡은 완두콩을 보렴. 가끔은 너 처럼 내 격을 아래로 두어 겸손하고 소박하게 살아가자. 오늘도 지나는 불갑 저수지. 잔 물결 조금. 한 쌍의 백로가 날아다니는 불갑저수지 산 그림자에 투영된 산의 또 다른 모습이 아름답다. 나의 모습, 다른 사람에 투영된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나도 저 산처럼 맑고 싶다. 꾸밈없는 삶을 살아가야되는데... 5월의 한 주를 보내는 이 주말. 다가오는 또 한 주를 기쁘고 사랑으로 가득차도록 빌어본다. ...................... 노래: 5월의 편지/소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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