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93    2  5


Name  
   김홍진 
Subject  
   정동진 다녀와서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전력을 생산해내는 특성상 한꺼번에 공장 문을 닫아걸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분담된 업무를 중첩해서 공백이 생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휴가를 재량껏 다녀오게 되어있다. 수량은 많지 않지만 전국 약 이십여 곳에 회사에서 하계체련장을 정해놓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공짜는 아니다. 이번에는 신청도 못해놓고 있다가 접수가 끝나고 잔여분 신청을 받을 때 요행이 강원도 정동진이 낙점되어 지난주 금요일(23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 다녀오게 되었다. 먼 거리라 강원도 가는 것을 대게 기피하지만 우리는 강원도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게 확실하다. 지금까지 한 해에 한 번 꼴로 네댓 번 정도 강원도에 다녀왔는데 여행에 소비하는 시간이 한 번도 짜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설렘과 기쁨이 그 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서쪽지방이 주는 밋밋함과는 달리, 강원도는 울퉁불퉁하거나 거친 느낌의 산세와 맑고 깊은 바다의 느낌, 여름에도 맛볼 수 있는 싱싱한 횟감, 게다가 약간은 생경한 풍광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먼저 번 여행 때 정동진에 다녀오면서 썬쿠르즈 호텔을 눈여겨 봐두었었다. 큰 배 모양의 호텔이 산 정상에 우뚝 솟아 있고, 저 아래 모래시계란 영화를 찍었던 정동진 역을 굽어볼 수 있고, 해안을 따라 모래둔덕이 해안을 넓게 감싸고 있는데 옥색 물빛이 보석처럼 빛이 났었다. 저런 곳에서 하루라도 보냈으면 하는 소망을 꾹꾹 눌러서 재우고 있었다. 첫날 오전 늦게 출발해서 여섯 시간 만에 강릉에 도착해서 룸을 배정받았다. 동해의 푸른 바다와 정동진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방이었다. 저녁은 싱싱한 회를 먹기 위해 주문진 항으로 향했다. 속초근처의 대포항의 북적거림이 없어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동해가 아닌가! 오징어 회와 돔 한 마리로 매운탕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싸온 회를 먹었다. 양식 돔이라서 그런지 회 맛이 영 아니올시다다. 피곤한 몸에 소주 몇 잔 들어가니 잠이 솔솔 찾아든다. 창밖에는 너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밤 하늘은 초승달과 별이 유난히 밝은, 동해의 밤이다. 이튿날, 일출을 보았다.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해서 고양이 세수하듯 선상으로 향했다. 벌써 동쪽하늘은 불그스레 얼굴이 달아올랐고 바다는 검고도 낮게 다독이며 하늘과 하나로 이어져있다. 조금 있자니 불쑥 붉은 태양이 점차 머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 고요하면서 격렬하게 새 생명이 태어나는구나. 바다가 해를 낳았고 마치 아기사슴이 태어나자마자 걸음마를 시작하듯 익숙하게 바다를 밀고 가속도를 붙여 하늘로 내 딛는다. 거대한 불덩이가 또렷해지자마자 거대한 복사열을 보내기 시작한다.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뭐 다르겠냐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온 가슴으로 맞아들이는 또 다른 이름의 태양. 해는 이미 떴어도 미안하지만 남은 잠은 또 자야지 -_-;;; 여러 군데를 이미 다 섭렵해서 인지 관광도 해수욕도 맘에 차지 않는다. 아직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불볕더위가 밖에 떠억 버티고 있다. 이러 날에 무언 관광이드뇨. 그래도 하나는 보고가자고 뜨거운 불볕 속으로 밍기적 거리면서 밖에 나섰다. 오늘은 단지 무릉계곡에서만 지내리라 작정하고 나섰다. 그것도 점심 간단히 먹고는...... 뭐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무릉계곡에 들어서니 콸콸대는 계곡대신 넓은 계곡에 물이 도랑물 수준이다. 그 계곡 속에 물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고, 양이 적은 탓인지 물은 욕조속의 물처럼 달궈져 있었다. 실망스러워도 어쩌랴. 몇 십분 발도 담가보고 장난도 쳐 봤지만 흥이 나지가 않는다. 불볕에 힘을 잃은 잠자리 떼만 무성히 바위에 내려앉아 흡사 물구나무를 서듯 꼬리를 곧추세우고 있었다. 다들 마음에서는 에어컨이이 빵빵하게 나오는 호텔로 돌아섰고 길가다가 가게에서 쭈쭈바 하나씩 입에 물고선 계곡의 미련을 가차 없이 떨어냈다. 쪽쪽~ 저녁은 선상인지 호텔 옥상인지 바비큐를 신청해놓고 오후를 느긋하게 즐겼다. 아들놈이 가져온 손바닥만한 만화 몇 권을 친구삼아 시원한 방에서 배 깔고 킬킬거리면서 돌려보며 지내다가 저녁 7시 쯤 되어서 선상에 올랐다. 뷔페식 음식에 시원한 생맥주, 감미롭게 노래하는 필리핀 가수의 멜로디에 반쯤 황홀해 하면서 밤을 보냈다. 애들도 오랜만에 부티 나는 분위기가 좋은 모양이다. 노래 잘 부른다고 살살 박수를 보내니 눈짓하며 고맙다고 한다. 왜 이리 울 나라 사람들 박수에 인색한지 원...... 우리가 자리를 뜨면서 손을 흔들어 줬더니 꺼벅 넘어가면서 “땡큐 쏘오 머치. 바이 바이” 한다. 암암~ 우리만큼 호응해준 관객이 또 어디 있었겠냐. 타국에서 호응 없는 관객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고역이었으리라. 집사람이 생맥주에 불콰해진 것도 이유이지만 범국민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파리의 연인” 때문에 마음이 콩밭에 있는 걸. 휴가 일정을 마치고 일요일 오전엔 곁에 붙어있는 소리 박물관에 다녀왔다. 원래 강릉시내에 있는 게 진짜인데 언제부터인가 분점이 생겨서 썬쿠르즈 옆에 오픈했다. 규모면에서 강릉에 있는 보다 적다. 에디슨이 발명한 갖가지 제품들을 한 재력가가 목숨을 담보로(전쟁터에서 조차) 수집한 것이라 매번 고마움을 느낀다. 강릉 시내에서는 진공관식 오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데 정동진은 그걸 감상할 기회가 없어서 흠이라면 흠이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온돌방 요, 이불 깔고 뒹굴 거리고 장난치면서 보낸 이틀이 헛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한테는 다정했던 한 때가 두고두고 추억에 남아 숨어서 보석처럼 빛나리라 앞서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우리 부부에게도. 강원도의 해안을 다 돌아봤으니 앞으로는 강원도 내륙지방이 궁금해진다. 강원도 인제라든지 평창, 영월지방의 동강. 이런 깊숙한 곳의 산과 물이 있는 곳에서의 피서는 얼마나 멋질까. 피서를 두 번가기는 집안경제 형편상 부담이 되고 내년으로 기약할까 아니면 저지를까.
 
벨라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 보냈네요 피서는 여럿사람 어울려 왁자지껄해도 재미난데.. 열심히 일한 당신 편안히.. 조용히 쉬고 와도 좋을것 같기도 하고..~~ 아우님도 글이 안되나봐~~ 입추 지났으니 선선한 바람 불거든 좋은 글로 만날수 있기를.. 사진 잘보았어요~~ [2004/08/10]
김홍진
이제 게으름 맘껏 피웠으니 또 시작해봐야지요. 누님도 요즘 게으름? ㅎㅎㅎ 건필하입시더~ [2004/08/10]  


73
 매스컴 자주타네

김홍진
2004/12/03 1291
72
 매스컴 탄 송도화 여사 [2]

김홍진
2004/11/19 1476
71
 가을 나들이 [2]

김홍진
2004/11/08 2350
70
 지리산 만남 - 사진도 있떠염 ^^* [2]

김홍진
2004/08/16 1981

 정동진 다녀와서 [2]

김홍진
2004/07/26 1669
68
 왕공주 메스컴 타다! [4]

김홍진
2004/07/02 1132
67
 거시기 뭐시냐...취재라고 들어는 봤남유?

김홍진
2004/06/08 1087
66
 아내가 외팔이가 되었어요 ㅠㅠ [3]

김홍진
2004/04/26 1340
65
 오늘은 식목일 [2]

김홍진
2004/04/05 1109
64
 요한이가 중학생이 되었답니다 [6]

김홍진
2004/03/04 1333
63
 여수 향일암 갔다왔습니다 [2]

김홍진
2004/03/01 1304
62
 요한 졸업 [2]

김홍진
2004/02/20 1155
61
 모두 반가웠어요 [1]

김홍진
2004/01/11 1323
60
 촌놈 스키타다 [1]

김홍진
2004/01/05 1331
59
 여러분~ 기쁜 성탄 맞이하세요~ [1]

김홍진
2003/12/24 1040
58
 어제는 결혼기념일 [2]

김홍진
2003/11/28 1320
57
 토요일을 보내며... [3]

김홍진
2003/11/17 1117
56
 어무이 찌찌 만지고...

김홍진
2003/11/10 1406
55
 지혜 견진 성사 받다

김홍진
2003/10/26 1400
54
 치코 축일 이브날

김홍진
2003/10/04 1237
  [1] 2 [3][4][5]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JiYoo / avatar by minid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