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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홍진 
Subject  
   비오는 날의 화려한 휴가
비오는 날의 화려한 휴가

장마철이라 그런지 숨이 막히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다가는
언제 그랬다는 듯 소나기와 지루한 비가 계속되기를 반복하는
그런 날이 어제였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영화 화려한 휴가라는 제목을 듣고는
그저그런 로맨스풍의 영화인줄 알고 영화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인들과 얘기하다보니 영화제목에 때문에
내 선입관이 톡톡히 무식함을 드러나게 되었다.

광주항쟁이 일어났던 80년 5월 18일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이다.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중매체에 전적으로 쇠뇌당해
이 지방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거의 이십여 년을
보냈다.

정치적인 활동이나 모임, 대중매체를 보면서 느낀 호남인의
겉모습은 뭉치기 잘하고, 잘 대들고, 가볍고, 피해감을 많이
느끼는 무리로 생각하였고, 지금도 그 생각은 옅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광주에서 규모가 큰 시위가 발생하면 나 조차도
‘또 난리구먼, 저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럴까!’라고 가볍게 넘어갔었다.

영화 줄거리를 얘기하면 보지 않은 사람들을 식상하게 하니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고 싶다.

강자가 상대적 약자에게 무차별 폭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군집된 대중이, 분노가 모아지는 집단행동은 당연한 순리라고
판단한다. 그것이 광주이든, 대구, 부산, 서울이든 위세만 다를 뿐.
장소가 광주이니까 광주항쟁이고 그 희생은 광주인, 호남인에게
고스란히 넘겨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민우 역 김상경 분) 대신 나를 바꿔놓고
실제상황이면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일 것인가 영화 도중 짧게 망설였었다.

나 혼자 전남도청을 빠져나오다가 진압군의 무리 앞에 막혀 서게 되며,
‘폭도’(나)에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 준다는 달콤한
내가 소총을 놓고 항복을 하면, 몇 해 옥살이를 하다가 지금껏 사모하던
신애(이요원 분)와의 행복한 결합을 할 수 있다.
내가 소총을 놓고 항복하면 나는 ‘폭도’가 되고 나의 정체성을 한순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무력에 무릎을 꿇은 변절자라는 무거운 짐을
살아있는 동안 지고 살아야 한다.

두 가지 갈림길에서 주인공은 총부리를 진압군에 겨누지만, 나는
그러한 상황에서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 ‘평화로운 시기’에 정체성과 사랑의 저울질은 한동안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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