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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홍진 
Subject  
   가을 외출
가을 외출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에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서둘러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가로수는 초록에서 연갈색 잎으로, 벼들은 무거워지는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파란 하늘은 수도 없이 많은 구름을 모아들여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놓아 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사뭇 즐겁게 만든다.

  요한, 바오로, 그레고리오, 마르치아노 씨네 가족 등 다섯 가족이 송원리조트에 모였다. 여인들이 꾸민 일에 따라나섰지만 어느 누구 귀찮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ME(Marriage Encounter)를 다녀온 분들이라 다들 멋있게 사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큰 집은 이런 모임에 올 리가 만무하여 모두 네 명이 따라왔다.

  저녁식사가 일러 뒤편 산에 올랐다가 쩌억 벌어진 밤송이에 기어코 서리를 하고 말았다. 나뭇가지를 알맞게 잘라 떨어진 밤송이를 가르기도 하고 더 큰 욕심을 내어 굵은 밤송이를 따서 윤기가 자르르한 굵은 알밤을 꺼내놓고 탄성을 지른다. 호주머니에서 앞자락으로, 앞자락에서 핸드백으로 알밤들이 옮겨진다. 숙소에 돌아와 모아보니 한 두어 되는 되어 보인다.

  한편에서는 밥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문지를 깔고 가져온 장어를 굽기 시작한다. 소주가 돌고 상추에 싼 장어가 자기 입이 아닌 제 아내의 입으로 냉큼 들어간다. 삽겹살도 구어 아이들 허기를 채운다. 도시에서 오가지 않은 정다운 얘기들이 나눠지고 얼굴도 불콰해진다. 누룽지를 먹자마자 설거지를 자청하는 그레고리오 형님. 여자분 식사가 끝나면 내가 시작하려했는데 늦은 셈이다. 그 행복을 내가 뺏으려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모습들...

  아이들을 방에 두고 다섯 부부가 산책에 나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에 뜬 별을 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남녀학생 게임을 따라하려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지나기도 하고, 노래방 근처에 기웃거리다가 애꿎은 아이스크림만 축낸다. 숙소에 들었다가 기어코 노래방을 가고야 말았다. 밤 두시 언저리가 되어 방을 나왔다. 추억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남자들 따로, 여자들 따로 방을 나누고 잠을 청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했다. 연료 등에 불이 들어와 산행은 포기하였다. 대신 섬진강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한다.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참게탕과 쏘가리탕이 시쳇말로 죽음이다. 어릴 적 한차례 구경만 했던 참게(엄지발에 털이 보송보송하다) 맛이 이러했구나.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몰려 오는 게 졸음이다. 코스모스의 하느작거리는 움직임과 재롱을 피우는 그레고리오씨 막내 놈의 귀여운 짓을 보다가 살풋 잠이 들었는데 이미 광주다. 졸음과 싸우며 내내 운전했을 율리아씨 남편에게 미안했다. 하룻밤 사이 틀어진 생체리듬 때문에 저녁내 피곤이 가만두지 않는다.

  가을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기분 좋은 가을 외출이 가슴 한편에 나이테처럼 추억을 두르게 되겠지. 참 멋있고 선한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과 갖는 오랜만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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